4월, 2006의 게시물 표시

열여섯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 '도마뱀(Love Phobia,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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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아리는 자신의 앞에 줄을 긋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 앞으로 다가오지 못하게 막습니다. 그것도 걱정되는지 노란 우비를 입고, 징그러운 도마뱀을 주머니에 넣고 다닙니다. 절로 이사온 소녀 아리는 학교에 첫 등교를 시작합니다. 꼬마 조강은 아빠가 태워주는 자전거 뒤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열여섯 딸기같은 어린 내 순정... 근데, 순정이 뭐야?" "한 여자만 영원히 사랑하는 거다" 조강이 처음으로 순정이라는 의미를 듣는 순간 아리가 걸어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노란 우비를 입은 아리를 보는 순간 작은 조강의 가슴은 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무의식 중에 자신이 그 순정이란 것을 바칠 사람이란 느낌을 어렴풋이 받습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영화 '도마뱀'은 실제 배우인 강혜정과 조승우의 출연으로 첫 촬영부터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단순할 수도 있는 한 멜로 영화를 감정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멜로물로 탄생시켰습니다. 초반에 신비로운 아리의 행동이 중반 이후에 밝혀지면서, 슬픔이 극에 올라가다가.... 아쉽게도... 아리를 위한 조강의 예상되는 행동이 펼쳐질 때는 좀... 슬픔이 반감되는 면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에 남아있는 사랑이 있는 영화 '도마뱀' 초등학교 이후 아무런 이유없이 사라지는 여인을 고등학생때 다시 만나 사랑하고, 아무말 없이 사라진 여인을 8년간 그리워하는 남자. 그리고 다시 만나 사랑하는 남자. 정말 영화 처음에 나오는 '열여섯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이라는 노래가사가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순수한 순정에 목마른, 사랑에 상처입은 이들에게는 사랑의 그리움과 순수한 사랑의 희망을 안겨주는 치료를 던지고 있는 영화 같았습니다. 너무 뻔한 얘기같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영화지만 말입니다. 정말 사랑하고 있는 것이 영화 밖으로 느껴지는 강혜정의 연기는 기존의 연기를 떠올리지 않게 해주었고, 특별한(!) 인물들로 비춰지던 조승우는 이제 그

아이들의 외침과 함께 한 더빙판 '아이스 에이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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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더빙된 그 어떤 외국 영화를 극장에서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6살짜리 조카와 주말을 보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더빙된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아이스 에이지2'. 다람쥐를 닮은 스크랫의 도토리에 대한 집념이 가장 인상깊은 이 애니메이션 영화는 아이들과 함께 보기 좋게 편집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지루하면 바로 자거나 혹은 다른 것을 하자고 조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화 '아이스 에이지2'는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다가 적시 적소에서 스크랫의 도토리 이야기나,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물고기 괴물(딱히 이름이...)이 등장하기도 하고, 각각의 다양한 캐릭터들로 아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그 누구도 울거나 나가자고 하던 아이들은 없었습니다. 6살짜리 조카도 계속 영화 속 주인공들의 대사를 따라하고, 왜 그렇냐고 질문하며, 졸지도 딴 청을 피지도 않은 채 영화에 집중하더군요. 다른 아이들도 역시... 계속 아이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무서운 장면에서는 무섭다고 옆의 부모님을 부여잡기도 하면서... 그렇게 실감나게 영화를 보더군요. 사실 처음에는 조카가 하도 대사를 따라하고, 질문해서 조용히 해야한다고 말해주거나 입을 막기도 했는데, 조금 지나니, 뭐 분위기가 대부분 아이들이 이야기 하는 분위기라 질문에 조그맣게 대답도 해주면서 재미있게 영화를 봤습니다.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웰 컴 투 동막골'에서도 엄마와 같이 온 아이들이 옆에서 "왜 울어?" "왜 저렇게 해?" 뭐 등등의 질문을 하는 것을 들으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아이스 에이지2'는 그 것보다 더 아이들이 영화에 빠져서 보더군요. 지구 온난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빙하가 녹기 시작할 때 매니, 디에고, 시드는 해빙기의 대홍수를 피해 다른 동물들과 함께 이동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매니는 자신의 맘모스 종족이 멸종했다는 소식에 슬퍼하던

영화 ‘달콤, 살벌한 여인’ 여자의 과거, 용서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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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경고~~  “다 용서할 수 있어. 자 과거를 말해봐” 연인이 이렇게 말합니다. 그걸 믿고 과거를 말하는 사람들은 후회합니다. “왜 내가 그 것을 말했을까”하고… 이해한다며 말하라며 연인의 과거를 듣고는 상대는 이해나 용서는 하게 되지만, 현재 자신의 연인으로서의 자리는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어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사랑한다면 연인의 어떤 과거든 용서하고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최강희, 박용우의 키스 장면으로 영화의 절반이 지나가는 듯한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여자의 과거를 알기 전 남자와 과거를 알게 된 후 남자의 태도의 확연히 다른 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저 남들이 하는 만큼, 평범하고 공식적인 연애를 하고 싶은 30대 대학강사 황대우(박용우 분)는 아직 연애 한 번도 못해본 소심한 남자입니다. 그런데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 여인 미나(최강희 분)를 만나게 됩니다. 황대우는 미나에게 서툰 데이트신청을 하게 되는데요. 그녀는 그와의 데이트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좋기만 하던 황대우는 미술이 전공이면서 미술가도 모르고, 필요 없을 것 같은 유난히 큰 김치냉장고를 갖고 있는 그녀가 의심스럽기 시작합니다. 뭔가 숨겨져 있는 여자의 과거… 옛 남자가 집안에 나타나기도 하고, 결혼한 경력이 있다고도 하고… 초반의 로멘틱 영화의 코믹함과는 다르게 중반 이후 추리소설 같은 느낌을 전달하는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은 달콤한 연애의 내면에 깔려있는 밝힐 수 없는 여자의 살벌한 과거가 밝혀지면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던 한 남자의 사랑이 그렇게 무너져 버리는 현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과거를 모르고 그녀의 모든 것을 좋아하던 남자의 태도와 의심스러운 과거를 알게 되고, 그 과거를 극복할 수 없는 자신을 알아가는 한 남자. 영화는 인터넷 세대들이 느낄 수 있는 재미를 곳곳에 배치하면서 요즘 세대들의 입맛에 맞게 편집되어 있습니다. 중간중간 징그러운(!!!) 장면들이 나오긴 하지만, 전체적

'악마와 미스 프랭' 악마와 벌이는 한판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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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에 따라 같은 그림을 보고도 보이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수 있는 그림이 있습니다. 다음 그림에 뭐가 보이십니까? 제가 이 그림을 처음 봤던 것이 대학교 시절이었던듯한데요. 흰색을 좋아해서였는지, 전 천사가 보였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악마가 보이는데?" 하더군요. 그래서 보니 악마와 천사가 함께 붙어있는 그림이었습니다. 항상 사람에게는 선과 악이 함께 존재합니다. 맹자가 주장했던 성선설과 순자가(학교다닐때 악한걸 순한 애가 주장했다라고 해서 외웠던 기억이 나네요.) 주장했던 성악설은 아직도 논쟁이 끝이지 않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고민입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전권 독파를 앞두고(이제 오 자히르만 읽으면.. ^^: ) 읽은 '악마와 미스 프랭'에서는 인간이 악하다고 외치는 한 이방인이 외진 마을 베스코스에 오면서 1주일동안 악마의 조건을 제시하고 그것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분열과 갈등, 외면, 이해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사랑, 죽음, 그리고 부와 권력에 갑자기 직면한 평범한 사람들의 행동과 결론지음에 대한 성찰이 나오는데요. 현명한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악한 사건들은 피해갈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간이 악하게 혹은 선하게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 것은 결국 자신을 얼마만큼 통제하는 가에 달려있는데요. 천국과 지옥도 결국 자신의 통제에 의한 선택에 의해 결정되어 진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일화가 있습니다. 한 사내가 말과 개를 한 마리씩 길동무 삼아 데리고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도중에 느닷없이 폭풍우를 만난 그는 말과 개를 데리고 큰 나무 아래로 피신했죠. 그 순간 번개가 그 나무에 떨어지는 바람에 몽땅 타죽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사내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두 길동무를 데리고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그 사네와 말과 개는 뙤약볕 아래서 어떤 산

자신을 가뒀던 유리를 깨고 나와라 ‘크래쉬(Crash,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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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관심을 얻지 못하면 죽어버리는 식물이 있습니다. 바로 유츠프라카치아 인데요. 결벽증이 강한 식물로 알려진 유츠프라카치아는 누군가 아니면 지나가는 생물체가 조금이라도 몸체를 건드리면 그날부터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엔 죽게 됩니다. 결벽증이 강해서 누구도 접근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던 이 식물은 얼마 뒤 죽는 이유가 건드려서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건드렸던 그 사람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건드려주어야만 살아간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건드렸던 이가 적인 줄 알았지만, 그 식물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유츠프라카치아는 결백해서가 아니라 건드렸던 사람의 사랑을 받지 못하게 되면 고독함에 몸부림치다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았던 한 사람이 그런 관심에서 벗어나게 되면 더욱더 고독함을 느끼게 되는 인간의 삶을 닮은 식물, 유츠프라카치아가 떠오르는 영화 ‘크래쉬’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크래쉬’를 일단 떠올리면, 인종간의 문제를 표면위로 표출했다는 찬사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됩니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이기도 하기에 그리고,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각본을 썼던 폴 해기스의 감독 데뷔작품이기도 해 감동을 주는 것에 있어서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인종간 계급간의 갈등을 담고 있다는 표면적인 공치사 외에 영화 ‘크래쉬’에는 거창한 그런 문제 보다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친분 관계, 혹은 적대 관계에 대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편견과 오해, 그리고 유츠프라카치아 처럼 한번의 관심 후 무관심에 죽어갈 수도 있는 인간과 계속적인 관심으로 살아갈 수도 있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시내에서 자동차를 강탈당한 뒤 더욱더 삶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되는 백인 부인과 자신의 출마를 위해 인종차별에 대한 화해의 제스처를 펼치는 백인 남편이 있습니다. 또한, 그들의 차를 강탈하지도 않았지만, 비슷한 차를 타고 가던 사이 좋은 중산층 흑인 부부는 흑인을 싫어하는 경찰에 의해 검문 중 성추행과 같

결국, 이기적인 인간이다 '시리아나(Syriana,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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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극장에서… 영화가 시작되고, 절반이 정도가 지나자 몇 명의 커플들이 나갔습니다. 그리고, 계속 몇 명 정도가 더 나가더군요. 인내심이 부족한 거라기 보다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상영되던 영화는 바로 ‘시리아나’. 재미있는 영화를 보려고 찾은 관객에게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조건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유명한 배우도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정도로 자주 나오지도 않을 뿐 아니라, 중동지역의 심각한 석유 이권문제를 다루느라 복잡한 정치적 이권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 오가기 때문입니다. “웬만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으면 끝까지 보기 어려운 영화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주말 오후에 연인과 함께 누가 이런 심각한 영화를 보고 싶어할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저야 대략적으로 내용도 알고, 분위기도 알고, 그러고도 보고 싶어서 선택한 영화였지만 말입니다. 영화 내용과 영화관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결국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것을 선택하는 인간에 대한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이기적인 이야기를 펼쳐놓은 영화, 중동지역의 석유 이권을 둘러싼 정치적 음모와 배신을 다룬 ‘시리아나’. 중동, 개혁파 왕자는 석유 채굴권을 중국에 넘겨줘 미국과 중동 간 산업관계 불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자국민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왕자는 이 불화로 인해 이권을 챙기려는 자들로부터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마지막 임무로 인해 위험에 처한 CIA 요원(조지 클루니), 개혁파 왕자의 자문이 되어 중동 지역의 에너지를 좀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분석가(맷 데이먼), 미국 대형 석유회사 합병문제와 얽힌 비리를 찾아가는 변호사(제프리 라이트), 파키스탄에서 먹고 살기 위한 삶의 터전을 잃은 젊은 노동자(마자 무니르). 이들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시간 순으로 나열됩니다. 적지 않은 지루함이 몰려오는 순간들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네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얽히고 설킨 얽힌 일들로 인해 연결됩니다. 전직 CIA 요원이 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