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회상 'Crying' -Flower-
"" 2001년 6월 21일 """ 친구의 회상..... 교회에서 자전거로 돌아오는 길에 성산회관쪽으로 빠져 너희 교회 앞까지 왔다. 교회를 끼고 예전 너희 아버지 가구 공장을 지나 이어지는 골목 어귀에 동생이 태어난 산부인과가 있었다.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지금도 그 골목 초입에 들어서면 동생 태어나던 날 밤 초조하게 서성이시던 할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서 조금 지나다보니까 예전에 어머니 몰래 가봤던 만화가게 있던 자리에 미용실이 들어섰더구나. 그 맞은 편에 슈퍼가 하나 있고 그 옆 골목으로 들어서면 다시 꺾어지는 골목 끝자락에 4학년때 절친했던 친구의 집이 있었다. 그 골목 안 세상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벌써 십오륙년이 넘게 가게는 그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내 기억으로 그 가게가 처음 들어서던 날, 그 주변에는 그에 견줄만한 가게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까 빛바랜 색종이처럼 초라하게 세월을 머금고 있더라. 그 가게를 조금 지나면 전파사가 하나 있다. 문방구를 겸하고 있는데, 아버지 호주머니에서 슬쩍 돈을 훔쳐서는 가장 먼저 달려갔던 곳이다. 이내 들통이 나서 따끔하게 혼줄이 났던 것은 그곳에서 산 볼팬 모양의 작은 후레쉬때문이었다. 그곳을 지나 조금을 더 길을 따라 올라오면, 우리집...... 지금은 공터로 변해있는...... 집밖 담벼락 밑에 어머니께서 심어놓은 나팔꽃.. 이른 아침에야 그 꽃을 볼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채 그때는 막대를 타고 오르는 그놈들이 마냥 신기했다. 지금은 물 한방울 흐르지 않지만, 집앞 제방을 내려가면 때뭍고 더럽혀졌을 망정 개천이 낭만적으로 흘렀었는데...... 사실, 국민학교 진학 전까지만 해도 그 물에 멱을 감았었다. 그러던 물이 갑자기 악취를 내며 썩어간 것은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본디부터 냄새나던 물은 아니었다. 송사리를 심심치않게 낚을 수 있었던 제법 괜찮은...... 가을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