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03의 게시물 표시

일본영화 '환생(Resurrection, 黃泉がえり: Yomigaeri, 2003)' 내 심장이 고장났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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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봤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타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 살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데,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군요. 백번에 한번 가끔 아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던 것 같긴 하지만요. 그런데,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왜 한 사람만 자꾸만 생각하고 기다리게 되는 것일까요?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안타까운 추억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때로는 마음을 조금씩 잘라내듯이 잊어버리려는 노력도 하면서… 그렇게 보고 싶은 사람이, 돌아올 수 없었던 그 소중한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면? 영화 ‘환생(Resurrection, 黃泉がえり: Yomigaeri, 2003)’은 이러한 사람들의 그리움을 담은 영화였습니다. 죽은 사람들이 그들이 죽을 때 모습 그대로, 자신을 계속 그리워해 준 사람 앞에 홀연히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몇 십년 만에 다시 찾은 사람, 남편을, 형을, 어머니를, 친구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람들. ‘제발 다시 한번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렸던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한없이 외쳤던 것입니다. 영화는 참 환상적이 였습니다. 반딧불이 날라 다니는 장면과 루이라는 가수가 콘서트 하는 장면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혹시 지금 숨이 막힐 듯 간절하게 그리운 사람이 있으신가요? 한순간 만이라도 그 사람을 다시 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만일, 단 1초만이라도 진정 사랑한 사람과 마음이 통했었다면, 당신의 인생은 행복한 것입니다.” 라는 영화 속 말처럼,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는 행복했던 순간으로 우리는 그 그리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속처럼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일은 현실에선 없으니까요. 그리고, Everlasting님이 써주셨던 글에서 ‘사랑은 갑자기 섬광처럼 찾아오기보다는 서

김선아, 임창정 주연 영화 '위대한 유산(Reversal Of Fortune, 2003)' 이 땅의 백조·백수들을 사랑합니다. 양히은 '봉우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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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방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서 오늘은 뭐하고 시간을 보내나 하고 빈둥거리며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아주 가끔 휴일에 그런 고민을 한다면 행복한 고민이겠지만, 그 고민이 매일 반복되는 고민이라면 괴롭기 그지 없겠죠?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거리며, 곱지 않은 시선의 가족들과 매시간 마주치고, 하는 일이 없어 서서히 모임에 나가는 것을 꺼리기 시작하며, 누군가에게 연락할 때 반가운 맘으로 맞아주는 사람보다 ‘이 인간 왜 또 연락했나’라는 뉘앙스로 마지못해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한 느낌… 이런 분들은 백수·백조 생활이 길어지고 계신 분들이 아닐까 합니다. 너무 잘 안다구요? 다 경험해본 일이니까요. 다들 그런 경험은 한번쯤 하지 않으셨을까 하는데.. ^^; 지난 주에 봤던 영화 ‘위대한 유산’은 이런 백조·백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백수가 하늘이 내려준 천직인양 그 삶을 즐기려는 김창식(임창정 분)은 명문대 출신이나, 취직보다는 한방의 큰 대박을 바라며, 주식과 경마에 빠져있으며, 백화점 시식코너를 이용해 끼니를 때우거나 다른 사람이 맛있는 걸 먹을 때 얹혀서 먹기도 하며, 형의 약점을 이용해 용돈을 뜯어내는 등의 전형적인 철면피 백수의 삶을 삽니다. 반면, 엄마가 운영하는 비디오가게에서 일하며, 연체료를 모아 성형수술비를 마련하려는 장미영(김선아 분)은 연기력도 미모도 안되지만, 탤런트를 꿈꾸며 틈만 나면 연기연습을 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백조입니다. 그러고 보면 백수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는 듯합니다. 하나는 자신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취업을 하지 않을 뿐, 언제든 맘만 먹으면 취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만심에 빠져있는 백수와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가 있어서 이력서를 수없이 내고, 면접도 수없이 보지만, 매번 떨어지는 정말 운 없는 백수. 그러나, 우리들의 백수들은 원래 능력이 뛰어나거나, 아니면 피나는 노력으로 모두 일을 갖게 될 잠재력을 갖고 있기에 우리 모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그리움을 찾아서...(冷靜と情熱のあいだ: Calmi Cuori Appassionati, Between Calm And Passion,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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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열정적 사랑을 품으면 독이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그런데, 열정이 아니라 냉정으로 돌아선다면? 제가 예전 스팸에 보냈던 글중에 츠치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에 의해(아래의 답글을 참조해 잘못된 부분 수정했습니다.) 쓰여진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나는 군요. 사랑에 대한 여자의 입장과 남자의 입장을 각각 2권으로 나눠서 쓴 사랑 이야기. 오늘은 그 책을 감명(!)깊에 봤던 기억을 간직한 채 본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冷靜と情熱のあいだ: Calmi Cuori Appassionati, Between Calm And Passion, 2001)’에 대해서 이야기 할까 합니다. 피렌체에서 중세회화 복원사로 일하고 있는 준세이(타케노우치 유타카 분)는 서른번째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함께 하자던, 헤어졌으나 아직도 사랑하는 여인 아오이(진혜림 분)와의 약속을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와 그런 약속을 했던 아오이는 밀라노 보석상에서 일을 하면서 무미건조하게 살아가죠. 준세이는 오해가 있어 헤어졌던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아오이를 찾아갑니다. 그러나, 아오이의 곁에는 다른 남자가 있습니다. 준세이가 다른 남자와 있는 아오이에게 물어봅니다. 지금 행복하냐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있는 것을 보고 행복하냐고 물어본다는 건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참 잔인한 질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잔인한 질문에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 또한 잔인한 대답이고요. 그들은 또 한번 서로에게 잔인한 상처를 줍니다.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준세이와 아오이는 이제 서로에게 냉정합니다. 그러나 그런 열정과 냉정사이에는 어떤 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그리움을 찾아 나서게 되죠. 두오모 대성당에서 만나기로한 10년 전의 약속을 통해서 말입니다. 사랑을 하게 되면 시간이 멈춰버립니다. 그게 1

영화 '금발이 너무해2(Legally Blonde 2: Red, White & Blonde, 2003)'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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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영화 ‘금발이 너무해2’를 보고 수첩을 핑크빛 퀼트 천으로 동여맸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엘 우즈(위즈 위더스푼 분)가 자신의 주변을 모두 핑크빛으로 바꾸는 부분이 넘 예뻐보여서요.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얘기하자면,‘금발이 너무해2’에서 엘은 자신의 결혼을 앞두고 애견 브루저의 생모를 찾아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브루저의 생모가 동물실험 대상임을 알게 되면서 브루저의 생모를 위해 동물실험반대 법안을 통화 시키려고 합니다. 1편에서 남자친구를 찾기 위해 하버드 법대에 들어간 것 보다 어쩌면 더 허무 맹랑한 계기란 생각이 들기도 하는 부분이죠. 어쨌든 1편과 마찬가지로 엘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합니다. 1편에서 법대에 들어가 자신의 전공 분야(!)인 패션과 머리 손질에 관한 것을 통해 첫번째 재판에서 승소했던 것처럼, 2편에서도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다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이 메이크업 관련해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고, 상황을 파악하게 됩니다. 그것은 법만을 알고서는 찾을 수 없는 것이였죠. 여기서 하나! 남자친구가 떠나고 애견의 생모를 찾고자 하는-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 하나가 앞날의 자신을 바꾸는 큰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무서운 사실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혹시 지금 누군가 자신의 삶에서 멀어지거나, 필요하다고 느끼신다면 큰 변화가 올 것이라 예견할 수 있겠죠? 1편에서 엘이 법대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에게 적응하기 위해서 노력하다가,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듯, 2편에서도 국회의원들에게 정면으로 도전하다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뭐 허리우드적인 요소가 다분하지만, 그래도 보고 있을 때 약간의 짜릿함이 느껴지니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어쟀든, 다른 얘기 하나더. 누구나 한번쯤 들었던 이야기일 텐데, 얼마 전 사서 보고 있는 레오 버스카글리아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라는 책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스팸이 너무 기네요

크리스찬 베일(Christian Bale) 주연 영화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 2002)' 불행의 시작은 인간의 감정에서? Secret garden 'Dreamca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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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기간 동안 감정이 없는 삶에 생각해보았습니다. 주변의 변화에도 동요하지 않으며, 어떤 충격적인 일들이 일어나도 흔들리지 않을 그런 유유자적한 모습의 삶. 심장을 꺼내서 다른 곳에 두고 머리로만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불가능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상을 했습니다.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쩌면 감정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과도 통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순간 그 삶은 죽는 것과 같을 테니까요. ‘매트릭스를 잊어라!’라는 타이틀로 등장한 영화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안정)’을 보면서 더욱더 그런 감정에 대해서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사실 타이틀에 영화 ‘매트릭스’를 수식어로 넣은 건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 너무 많이 들더군요. 영화를 보고 나면 오히려 영웅본색이 더 생각납니다. 주윤발식 쌍권총 추억을 환기 시키는 장면이 좀 있으니까요. 3차 대전 이후의 지구. ‘리브리아’라는 새로운 세계를 통치하는 독재자는 인간들에게 ‘프로지움’이라는 감정억제 약물을 투약하여 인간의 감정을 통제합니다. 정부 최고의 요원 존 프레스톤(크리스찬 베일 Christian Bale 분)은 이런 일련의 규제에 저항하는 반체제 인물제거의 임무를 맡고 있죠. 그러나 아내의 숙청, 동료의 자살 등의 사건이 발생하고 우연하게 ‘프로지움’의 투약을 중단하게 되면서 서서히 통제됐던 자신의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반체제를 돕는데 한 몫을 합니다. 그가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처음 듣게 되는 베토벤의 음악으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영화를 보고 나서도 여운이 남는 장면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느꼈습니다. 인간의 감정을 누군가 통제하려 한다는 사실은 불가능하다는 것을요. 약물에 의존해서라면 어느 정도 될 수도 있다고 여겨지지만. 그런데 영화 속 한 장면에서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존 프레스톤의 아들이 아버지 존이 숨겼던 약을 건네며 ‘좀더 조심하셔야 겠어요’라고 말하는 장면. 아들은 이미 엄마가 죽기 전부터 약물을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