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04의 게시물 표시

영화 '카르멘(Carmen, 2003)' 유혹만큼 파멸을 부르는 여인, ♬김종국의 '한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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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프로스페 메림이 1845년 발표한 소설 ‘카르멘’은 감정을 억제한 간결한 묘사로 사랑의 격렬함과 황량함을 보여준 걸작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읽었는데, 간결하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문구들은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표현들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관능적이고 열정적인 음악, 강렬한 색체, 개성이 뚜렷한 등장인물로 재해석되어 세계적인 오페라 걸작 중 하나로 자리잡은 오페라 '카르멘'은 일반인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고 보여진 것 같습니다. 그런 ‘카르멘’을 영화로 봤습니다. 처음에 '가둘 수 없는 정열의 여인'이라는 수식어가 눈에 띄기는 했지만 이미 오페라로 많이 알려진 '카르멘'이기에 영화로는 어떻게 재해석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보게 되었습니다. 잘생긴 군인 호세는 담배공자에서 위병근무를 하던 중 카르멘이 공장에서 칼을 휘두르고 말썽을 일으켜 호송되는 길에 카르멘의 유혹을 받고 그녀를 풀어주게 됩니다. 그러면서 카르멘의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호세 자신도 자제할 수 없을 만큼 열정적인 사랑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 여자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삶도 버리게 되고, 카르멘에게 집착하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파멸로 몰고 가게 됩니다. 아름다운 카르멘은 "난 당신꺼야, 당신과 있을 땐 당신 생각만 해"라고 처음 호세를 유혹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여 감정이 이끄는 대로 또 다른 남자를 유혹하고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여인으로 나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의 지속적인 구속은 거부하는 여성으로 나옵니다. 스페인에서 카르멘은 팜므 파탈(Femme Fatale) 즉 요부의 원형이라고 하더군요. 결국 남성을 자신에게 종속 시키면서 파괴시키는 ‘치명적 유혹’을 의미하는… 자유롭고 충동적이고 열정적인 한 여자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처절한 사랑이야기 '카르멘' 여자의 질투는 오뉴월에도 서리가

'꽃피는 봄이 오면(When Spring Comes, 2004)'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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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은 최민식의 연기변신으로 일단 화제가 되는 영화입니다. ‘올드보이’에서 보여줬던 엽기적인 삶의 캐릭터가 아니라 동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캐릭터. 연주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보지만 매번 떨어지고, 돈벌이도 시원치 않으며, 거기에 오래된 애인에게 실연당하고, 집에서는 엄마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현우(최민식 분). 그는 강원도 도계 중학교에서 관악부 교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우연히 보게 됩니다. 무작정 강원도 도계로 떠난 그는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삶을 낙담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게 됩니다. 단지, 영화 속에서 아이들이 연주 대회를 나가 크나큰 감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보면 조금은 실망스러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어쨌든 영화는 일반인들의 삶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들은 잔잔하게 바라봅니다. 현우가 말합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그러자 어머니는 말합니다. “넌 지금이 처음이야, 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라고. 언제나 우리의 삶은 우리에게 처음입니다. 단지 우리가 그것이 처음이 아닌 것처럼 익숙하게 받아들여서 그럴 뿐이죠. 오늘 지금 이 순간도 우리에겐 처음 다가온 것이고, 앞으로 올 모든 순간들도 우리에겐 처음입니다. 정말 익숙한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늦었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그 일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가능성이 1%는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고등학교 때가 생각납니다. “공부를 지금보다 더 잘했으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던…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늦은 때가 아니었었습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 환경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아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지금 스스로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귀신이 산다(Ghost House, 2004)' 집은 행복의 수단일 뿐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장기 계획이라…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더 좋은 집을 위해 몸부림(!)칩니다. 특히 집이 없을 경우에는 집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해지기도 합니다. 영화 ‘귀신이 산다’에서 이 집, 저 집을 떠돌며 셋방살이를 하는 아버지에게 어린 아들이 이사를 가면서 아버지에게 한마디 합니다.  “아버지, 우리는 왜 맨날 이사만 다녀요? 우리도 집사! 집 사자!” 철없는 아이의 말이었지만, 아버지가 그 말을 들을 때 참 맘이 아팠을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는 집을 사고 싶지 않아서 안산 것이 아닐 테니 말입니다. “낮에는 조선소 기사로 밤엔 대리운전으로 투잡스, 쓰리잡스를 뛰면서 사회생활 10년 만에 대출에 융자까지 보태 거제도 바닷가에 이층집을 샀습니다. 셋방살이 설움에 ‘집 꼭 사라’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인생목표로 삼아서 드디어 제 집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그 집에서 귀신이 나옵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어릴 때 철없이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박필기(차승원 분)는 죽어라 일을 해서 아버지의 유언대로 집을 샀습니다. 그런데 그 집에서 귀신이 나오는 것입니다. 다시 집을 팔려고 해도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 때문에 팔리지도 않고… 그래서 그냥 그 집에서 살기로 결정합니다. 그러나 크나큰 문제는 집에 귀신에게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나름대로 귀신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인간들은 귀신이라면 무서워하니까, 귀신인 나는 어려움 없이 이 집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사온 인간은 아무리 무섭게 협박을 해도 떠날 줄 모릅니다.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독한지… 어떻게 내쫓을 수 있을까요?” 공포를 조성해도 공포로 느끼지 않는 관객의 느낌처럼 극중 필기도 거꾸로 매달린 귀신에게 한마디 합니다. “야, 니가 무슨 박쥐냐, 내려와!” 이쯤 되면 누구 말대로 귀신을 그냥 데리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요? 집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코믹한 영화를 보는데, 오늘도 집을 마련하고 지키려고 애쓰는 우리의

'슈퍼스타 감사용(Mr. Gam's Victory, Superstar Mr. Gam, 2004)' 꼴찌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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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그 기간 동안 다양한 경기를 통해 보여준 선수들의 땀과 눈물은 스포츠 정신뿐만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제 기억에 남는 경기는 여자 핸드볼이었습니다. 연장전에 재연장전까지 치르고도 모자라 결국 승부던지기(패널티 드로우)까지 갔지만, 안타깝게도 은메달에 머물러 국민들의 눈물과 아쉬움을 남겼던 경기. 그러나, 그 경기는 아쉬움의 경기가 아니라 우리 선수들이 이뤄낸 영웅 서사시였다는 사실을 중계방송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핸드볼이 무관심 종목이라 투자도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세계 최고의 환경에서 실력을 갖춘 상대 선수들과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 아쉽게 진 우리 선수들은 국민들의 영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그런 평민(!)들의 영웅이라 할 수 있는 야구 선수에 대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사실 처음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슈퍼스타에 뭘 감사하나 했었습니다. (감사용님 저의 무지함을 용서하십시오.) 평범한 직장인으로 야구를 좋아하는 감사용은 직장 야구팀에서 투수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프로야구가 창단되던 1982년, 감사용은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투수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됩니다. 자신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야구. 투수 모집 오디션에 응모한 감사용은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왼손 투수가 없다는 이유로 '삼미 슈퍼스타즈'의 투수가 됩니다. 이름과 달리 스타 선수 한명 없는 ‘삼미 슈퍼스타즈’는 프로야구가 개막되자마자 꼴찌 팀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됩니다. 그리고 감사용 역시 선발 등판 한번 하지 못하고 '패전처리 전문투수(경기의 패배가 확실할 때 다음 경기의 투수 로테이션을 고려해 등판하는 교체 투수)'로 낙인 찍히게 됩니다. 경기 中 감사용이 나오면 해설자들이 '삼미, 이제 경기를 포기하는군요'라고 말하기

'연인(十面埋伏: Lovers, House Of Flying Daggers, 2004)' 초라하지 않은 3일간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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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말았어야 해요, 당신은..." "돌아와야만 했소. 당신을 위해..." 영화 <연인>을 보고 나서 머릿속에 남는 참 애절한 대사입니다. 그리고는 바로 장예모 감독이 한말이 함께 떠올랐습니다. "지난해 개봉한 <영웅>이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인물을 보여줬다면, 이번 <연인>에서는 사랑 때문에 모든 걸 버리는 개인을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말이 말입니다. 당나라(서기859년)가 쇠퇴의 길에 접어들면서 나라가 불안하던 시절, 부패한 관리들에게 저항하며 민중을 선도하는 반란조직 '비도문' 때문에 관리들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습니다. 그러던중 관리 리우(유덕화)와 진(금성무)에게 10일안에 '비도문'의 우두머리를 잡아오라는 명령이 떨어집니다. 리우는 모란방에 있는 맹인 무녀 메이(장쯔이)가 비도문의 우두머리의 딸이란 정보를 갖고 그녀를 잡아들입니다. 그러나 고문을 해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메이. 계략을 꾸민 리우는 진을 풍이라는 무사로 변장시켜 메이를 감옥에서 구해내는 척 시킵니다. 그리곤 메이가 진을 믿고 함께 도주하도록 해서 비도문의 근거지를 파악하려고 합니다. 리우는 진에게 말합니다. "이건 연극이다. 그 여자에게 빠지지 말라"고. 원래 여색을 탐하며 술마시고 즐기기를 좋아하는 진은 "내 바람은 머물지 않는다"며 메이와의 관계는 일일뿐이라고 합니다. 메이와 진은 서로에게 밝히지 못하는 비밀을 간직한채 서로에게 서서히 끌리는 것도 모른채 여정을 계속합니다. 처음의 계획과 달리 관리인 진에게도 위험이 다가오자 진은 맹인인 메이를 두고 떠납니다. 그러나 진은 앞을 못보는 메이를 그냥 혼자 둘수 없어 다시 돌아와 위험에 처한 메이를 구해줍니다. 메이가 말합니다. "돌아오지 말았어야 해요, 당신은..." 그러자 진은 "돌아와야만 했소. 당신을 위해..." 이제

영화 '도마 안중근(Doma Ahn Joong Keun, 2004)' 죽음 앞의 평안,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 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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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 올라가보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보셨을 안중근 의사 기념관 앞에 있는 많은 명언들. 그리고, 그 글들 옆에는 안중근의 잘려진 손가락으로 손자국도 함께 새겨져 있습니다. 안의사의 손가락이 잘린 이유는 독립을 위한 확고한 의지를 위해 열두 동지와 함께 각자의 왼손 약지를 자르고, 그 피로 태극기의 양끝에 “대한독립”을 쓰는 독립에 대한 결의를 다졌기 때문입니다. 남산에서 볼 수 있는 많은 명언들 중에 “見利思義 見危授命(견이사의 견위수명)”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쳐라” 도마 안중근은 이 말을 실천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것 같습니다. 나라의 위태로움에… 어릴 적 처음 안중근 의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언제인지는 확실치는 않지만,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영웅으로 불리던 것은 기억이 납니다. “어려운 시대가 영웅을 만들기도 하고, 영웅이 시대를 이끌어 가기도 한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선 여섯 발의 총성과 “코리아 우라”라는 러시아어 만세소리의 외침이 들립니다. 독립투사 안중근이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바로 그 현장에서 들리던 소리입니다. 안중근 의사의 저격은 이토를 죽이는 것에서 끝나는 목적이 아니였습니다. 이토의 죽음을 통해 일제의 대륙침략만행을 세계 만방에 알리고자 하는 방법의 하나로 선택된 저격이였습니다. “내 나라 내 땅에서 맘대로 살수 없다니...” 한탄하던 도마 안중근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조국의 미래를 위해 자신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라를 찾기 위해 몸부림 쳤습니다. 잠시 사실을 접어두고 영화에 대한 총평을 하자면 참 안타까운 영화였습니다. 역사에 충실하려다 보니, 너무 많은 사실들을 한꺼번에 알려주고자 복잡한 이름들을 들먹입니다. 또한 영화 도입부분에는 시대의 흐름이 복잡하게 얽혀 카메라도 관객도 갈피를 못 잡습니다. 더 나아가 영화 중반에는 홍콩액션 영화를 보는 듯, 안중근 의사의 총싸움 장면

'퀸카로 살아남는 법(Mean Girls, 2004)' 자신만의 매력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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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것들은 다 죽어야해~"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나면서 웃음이 났습니다. 저한테 한말이 아니고, 작년부터 지금까지 최고의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는 '얼짱 신드롬'에 대해 괴로워하던 누군가의 말이였습니다. 인터넷이 있어 어쩌면 더 급속하게 퍼졌던 '얼짱(얼굴이 짱으로 예쁘다라는 말의 준말)'은 얼굴이 예쁜 사람들을 부르는 호칭으로 이제 자리를 잡았습니다. 후속타로 '몸짱' '맘짱'등도 나와서 이제는 일상언어처럼 사용하고들 있죠. 이런 현상에 우리 사회가 외모 지상주의로 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었습니다.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 마음이나 머리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 가가 중요하다"라는 말을 많이 해서 '얼짱'의 고속질주를 막으려고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우스게 소리로 하는 말이긴 하지만, '이쁘면 다 용서된다'라는 말을 떠올려보면 본능적으로 예쁜 것을 갈구하는 것이 인간이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 '잘생기면 다 용서된다'라고 하는 여인분들도 계시고.. ^^: 반면, 예쁜 축에 들지 못한다고 생각하셔서 '이쁜 것들은 다 죽어야해!'라는 과격한 말들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긴 하지만요. 이런 우리의 욕구를 아는 듯한 영화, 린제이 로한이 주연한 '퀸카로 살아남는 법'을 보면서 또 한번 그런 '얼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듯하지만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는 케이디(린제이 로한 분)는 아프리카에서 전학 온 순진한 고등학생입니다. 아프리카에서만 있다가 도시로 와서 학교라는 곳을 처음 가게 되는 그녀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그 고등학교에는 레지나(레이첼 맥아담스 분) 라는 퀸카가 그녀의 매력을 주무기로 학교의 여자나 남자들에게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옷이며, 그녀의 말 한마디에 모두들 시선을 모으고 있는 것이였죠. 그러나 그런 레지나는 이중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