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ying' Flower 친구의 회상.....

친구의 회상.....

   교회에서 자전거로 돌아오는 길에 성산회관쪽으로 빠져 너희 교회 앞까지 왔다. 교회를 끼고 예전 너희 아버지 가구 공장을 지나 이어지는 골목 어귀에 동생이 태어난 산부인과가 있었다.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지금도 그 골목 초입에 들어서면 동생 태어나던 날 밤 초조하게 서성이시던 할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서 조금 지나다보니까 예전에 어머니 몰래 가봤던 만화가게 있던 자리에 미용실이 들어섰더구나. 그 맞은 편에 슈퍼가 하나 있고 그 옆 골목으로 들어서면 다시 꺾어지는 골목 끝자락에 4학년때 절친했던 친구의 집이 있었다. 그 골목 안 세상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벌써 십오륙년이 넘게 가게는 그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내 기억으로 그 가게가 처음 들어서던 날, 그 주변에는 그에 견줄만한 가게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까 빛바랜 색종이처럼 초라하게 세월을 머금고 있더라.
   그 가게를 조금 지나면 전파사가 하나 있다. 문방구를 겸하고 있는데, 아버지 호주머니에서 슬쩍 돈을 훔쳐서는 가장 먼저 달려갔던 곳이다. 이내 들통이 나서 따끔하게 혼줄이 났던 것은 그곳에서 산 볼팬 모양의 작은 후레쉬때문이었다.

   그곳을 지나 조금을 더 길을 따라 올라오면, 우리집...... 지금은 공터로 변해있는...... 집밖 담벼락 밑에 어머니께서 심어놓은 나팔꽃.. 이른 아침에야 그 꽃을 볼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채 그때는 막대를 타고 오르는 그놈들이 마냥 신기했다. 지금은 물 한방울 흐르지 않지만, 집앞 제방을 내려가면 때뭍고 더럽혀졌을 망정 개천이 낭만적으로 흘렀었는데...... 사실, 국민학교 진학 전까지만 해도 그 물에 멱을 감았었다. 그러던 물이 갑자기 악취를 내며 썩어간 것은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본디부터 냄새나던 물은 아니었다. 송사리를 심심치않게 낚을 수 있었던 제법 괜찮은......
   가을이면 뚝방에는 코스모스가 사정없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겨울이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내다버린 허드렛물이 제방 비탈에 얼어붙어서 멋진 썰매장이 되었다. 한번은 옆집 친구녀석이 멋지게 활강을 하다가 그만 멈추는 것도 잊고 얼어붙은 개천에 곤두박질을 친 적도 있었다.
 
  골목을 조금 더 타고 올라가면 불과 지척 거리에 현경이네 가게가 있었다. 대체로 아버지께서 가게일을 보셨는데, 항상 굳어있는 엄한 표정이 무서웠다. 사고 때문이었는지 다리를 저셨던 그분은 무슨 명문대 법대를 졸업하셨다고 했다. 구체적인 가족사야 다 알길이 없지만, 몸이 쇄약하셨던 그분은 결국 내가 5학년 되던 해에 소천하셨다.
  그리고, 한참을 더 올라오면... 삼촌댁. 마당이 넓었던 그 집. 해바라기 씨앗을 처음 먹어보았다. 하루 종일 옹기 종기 모여앉아서 고사리같은 손으로 꼼지락거리며 씨앗 껍질을 벗기고 모아서 그득허니 한입에 털어넣는 것이 벅찬 감동과 보람까지 느끼게 하는 유희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집이 예전 모습 그대로 있었다. 기대하지 못했던 발견에 당황하기까지 했었다. 그 집 앞에서 편을 갈라 눈싸움을 지치도록 했던게 몇번이었던가!?

......
   덕분에 좋은 구경을 했다. 내게는 고향이다. 그곳이. 6학년때 그곳을 떠나와서 10여년이 넘도록 발길이 없었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 중에서도 변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이 잔잔한 감동과 향수로 다가왔다. 그래서 고향이 좋은 모양이다......
(나도 고향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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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들으시는 곡은 컴퓨터를 하다가 알게 된 곡입니다. 한국사이트를 들어갔는데,  이 곡이 있더군요..
여기서도 한국의 노래는 들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후후후... (단 1시간 정도.. -.-)
아주 좋습니다. ^^
곧 Top 10에 들지 않을까 생각..  여기서 유행하는 곡은 아직 찾질 못해서.. 조만간 노력해서.. ^^
(이곡 첨부하느라 넘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코팅소스가 넘 어려워서.. 흑흑..-.-;)
참.. 스팸을 보내달라고 얘기해준 mickey님 감사.. 안그랬으면, 아마 안보냈을 지도..
또한, 오늘의 스팸을 만들수 있도록 해준 멋진글의 주인공 125cho님도 매우 많이 많이 감사..
필요한거 말하라고 했는데,  한국과자 먹고 싶다.. ^^


Crying

                      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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