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기적인 인간이다 '시리아나(Syriana, 2005)'



주말 극장에서…

영화가 시작되고, 절반이 정도가 지나자 몇 명의 커플들이 나갔습니다.
그리고, 계속 몇 명 정도가 더 나가더군요. 인내심이 부족한 거라기 보다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상영되던 영화는 바로 ‘시리아나’.

재미있는 영화를 보려고 찾은 관객에게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조건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유명한 배우도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정도로 자주 나오지도 않을 뿐 아니라, 중동지역의 심각한 석유 이권문제를 다루느라 복잡한 정치적 이권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 오가기 때문입니다.

“웬만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으면 끝까지 보기 어려운 영화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주말 오후에 연인과 함께 누가 이런 심각한 영화를 보고 싶어할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저야 대략적으로 내용도 알고, 분위기도 알고, 그러고도 보고 싶어서 선택한 영화였지만 말입니다.

영화 내용과 영화관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결국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것을 선택하는 인간에 대한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이기적인 이야기를 펼쳐놓은 영화, 중동지역의 석유 이권을 둘러싼 정치적 음모와 배신을 다룬 ‘시리아나’.

중동, 개혁파 왕자는 석유 채굴권을 중국에 넘겨줘 미국과 중동 간 산업관계 불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자국민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왕자는 이 불화로 인해 이권을 챙기려는 자들로부터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마지막 임무로 인해 위험에 처한 CIA 요원(조지 클루니), 개혁파 왕자의 자문이 되어 중동 지역의 에너지를 좀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분석가(맷 데이먼), 미국 대형 석유회사 합병문제와 얽힌 비리를 찾아가는 변호사(제프리 라이트), 파키스탄에서 먹고 살기 위한 삶의 터전을 잃은 젊은 노동자(마자 무니르).

이들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시간 순으로 나열됩니다. 적지 않은 지루함이 몰려오는 순간들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네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얽히고 설킨 얽힌 일들로 인해 연결됩니다.

전직 CIA 요원이 쓴 ‘악마는 없다’가 원작인 영화 ‘시리아나’는 중동지역을 이익에 따라 분할하여 지칭하는 일종의 은어를 지칭하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펼쳐놓는 듯하지만 잘 맞춰진 퍼즐처럼 4개의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인간의 몸부림으로 말입니다.

다수의 이익을 위한 선택이 어떤 것인지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되는 인간은 역시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동물입니다. 석유 이권에 대한 미국의 집요한 전쟁은 결국 석유회사의 간부들의 부를 축적하기 위함이고, 자신 외에 다른 이를 모함하는 것 역시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우리와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지금 당장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것 같은 이슈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는 것이 요즘 세대, 혹은 우리들의 태도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자신이 희생되면서 자신의 자식이나 부모,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혼자의 희생으로 단지 위험을 막아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관계 있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헤치는 일은 이것 역시 이기적인 일일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가족만 중요하고 다른 이들의 가족은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그런 집단 이기주의.

남겨진 가족을 더 잘 돌봐주겠다는 말에 자살테러범으로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몸을 던지는 노동자도 테러로 인해 다치거나 죽는 타인들을 안중에 없고, 자신의 가족들의 안위만을 생각한 이기적인 행동이기도 합니다.

어떤 명분이 주어지든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면서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을 지켜가는 일은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선택입니다.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을 위한 선택, 자신의 가족을 위한 선택은 환영 받아 마땅하지만, 집단의 한 이익을 위해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그 어떤 것으로도 합리화 될 수 없습니다.

재미가 없어서 극장을 빠져나간 사람들은 오히려 남겨진 사람들이 영화에 집중 할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준 배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듭니다. 자신은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간직하겠지만 말입니다.

어떤 선택에 앞서 지금의 선택이 누군가에게 어떤 피해를 안겨줄지 한번만 생각한 뒤 선택하는 삶이고 싶습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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