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실미도(Silmido, 2003)' 살아남은 자의 잔인함

이미지
2003년 말 강우석 감독의 대작 <실미도>를 보고 나서… 뭐라고 할말을 잃게 했던 영화이기에, 단 한줄의 글도 쓰지 못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핑계라면 핑계지만, ‘너무 멋지게 만든 영화다.’라는 한마디로 끝냈던…) 사형집행대신 군인이 된 범법자들은 김일성 목을 가져오면 국가의 공로자로 모든 죄를 사해줄 뿐 아니라 돈도 주고, 명예도 준다는 사실에 자신의 목숨을 건 혹독한 훈련을 시작합니다. 사회에서 버려졌던 그들. 그러나 임무만 완수하면, 자신들도 이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단 하나의 희망을 간직한 채, 훈련 없는 실전훈련에서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그러나 남북 회담이 개최되고 ‘평화통일’로 국가의 정책이 전환되면서 훈련 받았던 31명의 북파공작원들은 제거되어야 하는 군인들로 탈바꿈 합니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 남을 죽일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 그들은 실미도를 벗어나기 위해,자신들을 지금껏 혹독하게나마, 돌봐줬던 상사들과의 전투를 치뤄야만 합니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상황. 영화 속에서는 타인을 죽이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람,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을 무참하게 죽이는 사람, 함께 살수 있길 바라며 차마 죽이지 못하는 사람 등 극으로 몰렸을 때의 사람의 심리를 다양한 형태로 표현합니다. 영화는 과거의 시간 속에 흐르고 있었지만, 영화를 보는 저는 현실에서 가끔씩 직면하는 삶의 상황 속에서 영화를 흘려 보내고 있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가족을, 친구를 또는 동료를 눌러야만 하는 상황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현실이 떠올랐습니다. 그러한 상황을 어떻게 피해보려고 하지만, 사실 그런 상황은 선택에 의해 오는 것이 아니기에 의지에 의해 어떻게 막을 수가 없습니다. 경기가 어렵거나,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엔, 이런 일들이 극에 달하게 됩니다. 인간의 본성이 생존이기에…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자신의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면, 선택은 바로 자신이 살기 위한 선택으로 자연히 바뀌게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2(Odoru Daisosasen 2: Bayside Shakedown 2, 踊る大搜査線 The Movie2, 2003)' 힘들지만 포기할 수 없어

이미지
우리는 누구나 조직에 속해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조직에서 자신의 역할을 갖고 있습니다. 조직에 존재하는 수 많은 일들은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에 의해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크게 눈에 띄는 일들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하고 있기에 문제없이 조직이 운영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조직이 운영되는 데는 하찮은 일이란 없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본 '춤추는 대수사선2'를 보면서 더욱더 조직의 모든 일이, 그리고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관광안내 등 단순 업무로 바쁜 완간 경찰서에 가족 소매치기에 대한 정보가 들어오고, 여고생의 목을 뒤에서 무는 변태 사건이 일어납니다. 거기에 더해 엽기적인 살인 사건까지 일어납니다. 좀 화끈한 사건을 찾던 완간 경찰서의 아오시마(오다 유지)는 살인사건이 바로 자신이 찾던 사건이란 생각으로 현장으로 뛰어갑니다. 그러나, 본청에서 특별수사본부를 파견하면서 관할서의 경찰들은 본청의 명령대로만 현장에서 움직이게 됩니다. 사건의 실마리도 없이 두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살인 목격자를 보호하기 위해 파견 나간 아오시마와 스미레(후카츠 에리)는 현장에서 소매치기 가족과 여학생을 따라가는 변태 용의자를 발견합니다. 그러나, 본청의 지시대로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절대 움직이지 말고 살인 목격자를 보호하라고만 본청의 지시 때문에 그들은 결국 범법자들을 놓치고 맙니다. 본청에서는 관할서내의 일은 하찮은 일이니, 본청의 업무에만 협조하라고 합니다. ‘우리가 평소에 하는 일은.. 안 해도 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그런 일들인가?’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관할서내의 경찰들은 자신들이 지금껏 해왔던 일들이 가치 없는 일인 듯한 실망감에 빠지게 됩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관할서내의 문제까지 늘어나는 상황으로 몰린 본청에서는 리더를 바꾸어 문제해결을 다시 시도합니다. 순간순간 명령을 했던 과거의 리더와는 달리 새로운 리더 무로이(야나기바 토시로)는 ‘현장에

영화 '바람의 검:신선조(壬生義士傳: When The Last Sword Is Drawn)' 살아남기 위한 선택

이미지
오늘 뉴스를 보는 데 이라크 파견근무 나갔다 사망한 기업체 직원 2명의 가족들을 보게되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영화 ‘바람의 검:신선조’가 떠올랐습니다. 남부 번(藩, 에도시대 다이묘가 다스렸던 영지, 주민, 통치기구의 총칭)의 하급무사지만 교관으로서 아이들에게 무도를 가르치는 칸이치로(나카이 키이치)는 뛰어난 무술을 소유하고 뛰어난 도를 가르치는 훌륭한 선생이였습니다. 어느날, 칸이치로는 자신이 살던 번을 벗어나 교토의 한 구석 미부(壬生)에서 탄생된 신선조(新選組)(수도의 치안을 담당한 국가경찰조직)에 입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칸이치로는 자신의 뛰어난 무술과 도를 내세우기 보다 수전노 같이 무슨 일이든 돈으로 보상만 받으려고 합니다. 무도를 중시하던 칸이치로가 그렇게 변한 데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까요? 그것은 배를 굶주리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중시하는 의를 지키려다 사랑하는 아들을 몸종으로 보내거나, 사랑하는 아내를 잃을 뻔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무술을 통해 사랑하는 가족들의 굶주림을 극복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가장 중시하는 의를 저버리고 가족을 위해,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신선조에 들어간 것입니다. 그는 주변에서 그를 비웃어도 돈만 주면 행복했습니다.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살아갈 날들을 꿈꾸는 그에게는 그런 비웃음은 아무것도 아니였습니다. 그래서 남을 죽이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아서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칼을 잡았습니다. 영화는 줄거리를 보시면 자세히 아실 수 있을 실 테고요. (그래도, 결국 의를 지키는 칸이치로의 모습에서 어쩌면 더 뭉클한 감동이 오는 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뉴스에서 본 이야기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40년간 송전탑 일을 하시고, 고향에 집을 마련한지 1년이 채 안되시는, ‘먹고 살만하니 위험한 곳에 가시지 말라’는 가족들의 만류에 ‘전쟁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걱정 말라, 일거리가 없던 차에 운이 좋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2003)'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은 사랑

이미지
이번 무적스팸은 좀 일찍 찾아왔습니다. 사랑에 아파하시는 분들이 많은 듯, 게시판에 너무 아픈 사랑이야기가 많아서 스팸쥔장으로서 뭔가를 해야할 것 만 같은 의무감으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해볼까 해서요. 사실 어떤 이의 말처럼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긴 하지만요. ^^;  “사람들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증오와 탐욕으로 가득찬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이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찬 곳이다” 며칠 전에 본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영화의 시작부분에 나오는 말입니다. 영화에서는 이 말을 깨우쳐주는 듯,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혼의 핸섬한 수상과 욕 잘하는(!) 엉뚱한 비서, 엄마를 잃은 아들과 그를 돌봐야 하는 새아빠, 학교에서 인기 많은 여자애를 좋아하는 꼬마, 비서의 유혹에 넘어갈 듯 말 듯한 사장, 바람둥이 여자친구에게 상처 받은 작가, 언어가 통하지 않지만 작가와 함께 있고 싶은 포르투갈 여인, 2년 넘게 회사 동료를 짝사랑만 하고 있는 여인, 어렵게 리메이크 음반을 낸 록스타와 매니저, 친구의 신부를 짝사랑하는 남자 이야기까지… 정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을 법한 사랑이야기였습니다. 아픈 사랑이야기를 많이 접해서 인지, 경험해서 인지… 영화가 끝나고도 잊을 수 없는 것 하나는 새아빠와 아들의 대화였습니다. 아들이 매일 뭔가 고민하는 듯하여 새아빠가 고민을 물어봅니다. 아들은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겼는데, 아무런 고백도 못하고 있어서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새아빠는 그 정도 고통은 별거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아들은 정색을 하고 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은 사랑의 고통이에요’라고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치료 방법에 해답도 없고, 당시에도 가장 아프지만, 나중에도 또 아픈 그런 고통이니까요.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도 하지만, 시간으로 해결 안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

영화 '천년호(The Legend Of Evil Lake, 千年湖, 2003)'사랑이 한이 되지 않길…

이미지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순간 나타나서 내 마음을 한꺼번에 가져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나타났다가 또 떠나야만 합니다. 떠날 때 왜 떠나야만 하는지 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얼만큼 사랑하는지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의 눈 빛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습니다. 그가 일 때문에 떠나도 곧 돌아올 것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아니 돌아오지 않더라도 내가 사랑한 것만으로 그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얼마전 봤던 <천년호>의 자운비(김효진 분)를 보고 떠오른 글입니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말을 아낍니다. 그냥 눈빛으로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잘라주는 것으로 자신의 모든 사랑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있다는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람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나를 살리기 위해 독을 빨아 마시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웃기만 합니다. 내가 멀리 나라를 지키러 갈 때 그녀는 나에게 가지 말라는 말도 안하고, 잘 싸우고 오라고만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이 미안합니다. 사랑을 달라고 하지 않기에 더욱더 미안합니다. 내 사랑을 다 주고 싶은데, 현실이 내 사랑에게 가는 것을 자꾸 가로 막습니다. 마지막으로 해결하고 돌아오려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다시 헤어지지 않기 위해서 빨리 다녀오고 싶습니다. 그녀는 그런 날 기다려 줄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할 것 같은 비하랑(정준호 분)은 전쟁에 나가서 냉정하고, 용맹하게 싸우는 신라의 장군입니다. 자운비를 정말 사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죠. (줄거리는 영화 정보를 참고하세요. ^^ )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자신의 감정을 전달합니다. 또한, 그런 감정에 의심을 품지 않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런 사랑의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해 한이 되기도 합니다. 왜 나만큼 사랑해 주지 않는지 원망하고, 왜 내 사랑을

영화 '씨비스킷(Seabiscuit, 2003)' 이런 절망, 극복하고 싶어!

이미지
경제가 어렵고, 정치는 복잡하고, 먼 나라에선 전쟁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삶이 나아지기보다 더 암울해진다는 통념들이 난무합니다. 자신의 주위 상황도 좋지않게 변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일들도 없어집니다. 서서히 자신에 대한 상실감에 사로잡히고,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살아야 할 이유가 뭘까?’ 등의 고민에 빠집니다. 무언가를 갈급하며, 그 무언가로 지금의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싶어합니다. 이런 상황에 희망의 작은 빛을 비추는 영화 <씨비스킷(Seabiscuit, 2003)>. ‘모든 불가능을 희망으로 바꿔버린 위대한 질주’라는 타이틀을 실감하며 감동의 눈물을 글썽이면서 봤습니다. 20세기 초 미국! 무료하게 자전거포를 운영하던 찰스 하워드(제프 브리지스 분)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일해서 서부에서 가장 잘 나가는 뷰익(Buick) 자동차 대리점을 소유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들이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고, 결혼생활도 파탄에 이르게 됩니다. 광활하고 아름다운 들판에서 말을 달리는 카우보이 톰 스미스(크리스 쿠퍼 분)는 그 광활한 땅에 거미집처럼 드리워진 철조망과 철로가 놓이게 되면서 야생마들과 함께 하던 시절을 접고, 조련사로 자리 잡아야만 합니다. 부유한 집에서 자란 레드(토비 맥과이어 분)는 가세가 기울어 가족과 헤어져 경마장에서 일하며 무명권투선수로 푼돈을 버는 상황으로 몰립니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본지 오래 된 3명의 주인공들이 삶에 서서히 지쳐갈 때쯤 경주마 씨비스킷이 등장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씨비스킷은 형편없는 경주마입니다. 들판에 누워있기를 좋아하고, 다른 경주마의 연습용으로 사용되며, 몸집은 작은데 먹는 것은 다른 말의 2배를 먹고, 사람의 접근까지 싫어합니다. 너무도 닮은 네사람. 아니 세사람과 한마리 말. 그러나 조련사 스미스는 경주마의 혈통을 이어받아 태어난 씨비스킷의 가능성에 투자합니다. 그리고 마주 하워드는 그런 스미스를 믿습니다. 그리고 씨비

영화 '여섯개의 시선(If You Were Me, 2003 )' 내 시선이 머무는 곳

이미지
저는 지하철을 타는 것보다 버스를 타는 것을 좋아합니다. 밀릴 것도 없이 정해진 시간에 오고(가끔은 아니지만…),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태울 수도 있는 실용적인 지하철을 두고, 정해진 시간도 없고,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대책도 없는 버스 타는 것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가만히 앉아서 다양한 창 밖의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출퇴근 시에 버스가 지나가는 길은 매일 반복되어 보여지는 길이지만, 한번도 같은 모습으로 보인 적은 없습니다. 엄마와 아기가 지나가기도 하고, 학생들이 재잘거리며 지나가기도 하고, 상점 안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는 점원들도 보이고, 교통사고로 싸우고 있는 사람들도 있기도 하고… 매일 지나다니기는 하지만, 버스 밖의 세상은 단 하루도 같은 모습은 존재하지 않아 매일매일 새로운 영화를 보는 듯,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버스 안이 아닌 도로에서 그런 매력을 발견했습니다. 건널목을 건너는데, 신호를 기다리던 차 한대가 ‘빵빵’거리는 터에 찻길 쪽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 중앙선에 서서 바라본 도로 풍경.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높은 건물을 뒷 배경으로, 반짝이는 자동차들만이 보여지는 곳. 평소에는 신호등이 켜지면, 건너가느라 옆을 볼 겨를조차 없던 저는 갑자기 다른 세상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늘도 그곳에서 신호등을 건너다가 중앙선에서 도로를 바라봤습니다. 뭔가 얻고 가는 느낌.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혼자서만 보물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그런 시선을 일깨워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이미 개봉을 해서 보신 분도 계실듯한, 6명의 감독이 옴니버스 식으로 만들어낸 인권에 대한 영화 <여섯개의 시선>. 실업계 고3 여학생들이 취업을 앞두고 외모로만 평가 받는 상황을 그린 ‘그녀의 무게(임순례감독)’, 성 범죄자의 신상공개 문제를 다룬 ‘그 남자의 사정(정재은감독)’, 뇌성마비 장애인에게 무심한 사회를 보여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