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내츄럴 시티(Natural City, 2003)'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이라도... ♬소호대의 '돌이킬 수 없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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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하면, 예전에 어떤 선생님이 해주신 말이 생각납니다. “드넓은 바다에 1000년에 한번씩 고개를 드는 거북이가 산다. 그런데 그 거북이가 고개를 들 때, 바다 위를 떠다니는 구멍이 있는 뗏목 사이로 거북이 목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것은 우리가 길을 가다 옷깃을 스치는 경우의 확률과 같다(!). ” 정말 그때 그 말씀이 맞는 것이라면, 지금 10m안에 함께 있는 사람들과는 위의 어처구니 없는 확률보다도 더 낮은 확률임에도 불구하고 만나게 된 인연들이 테지요. 대단한 인연들이네요. 그렇다면…. 과연 사랑하는 사람과는 얼마나 작은 확률로 만난 것이며, 반대로 얼마나 큰 인연인지..  계산이 안되네요.. 만약,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연이 아니라 어떤 사물과의 인연도 이와 같은 것일까요? <내츄럴 시티>를 보면서 사람의 인연과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곁을 떠나기 싫은 인간의 몸부림을 보면서 말입니다. 사이보그라는 인간과 동일한 기계를 만들어 사용하는 미래의 2080년. 사이보그가 인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일정기간 사용되고 사용기한이 지나면 폐기 한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으로 표현하자면, 죽음을 말하는 것이죠. 사이보그를 제거하는 요원MP로 활동하는 R(유지태)은 클럽에서 춤추는 사이보그 리아(서린)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런데, 리아를 폐기해야 하는 날이 다가오고, R은 그녀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 무슨 짓이든 합니다. 그녀의 영혼이라도 누군가에게 옮겨서 함께 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음모. 영화에선 인간이 아닌 것, 곧 폐기 처분되어 버려질 기계와 인간이 다르다고 얘기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어쩌면 정확하게 정해진 시간이 있지 않을 뿐 인간도 분명히 폐기 처분되는 날을 갖고 살아간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인간이든 기계든 모두 언젠가는 사라질 운명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죠. 그래서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기계의 사랑, 모두 인정해줘야 하는

대니보일(Danny Boyle) 감독의 영화 '28일후(28 Days Later..., 2002)' 번화하지 않은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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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존하려는 강한 본능이 있다. 주변의 것들로 인해 자신의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면, 인간은 처참하게 폭력을 휘두르고 살생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어떻게 살아 남느냐의 문제가 직면하면, 어떤 인간이 더 착하고 악하냐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기 위해서 현재의 동료와 함께 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생존을 위한 고민으로 탈바꿈한다. 영화 '28일후(28 Days Later..., 2002)'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실험실 안, 전쟁과 폭동 등 인간들이 벌이는 잔혹한 장면들이 여러 대의 화면을 통해 보여진다. 그것 앞에 묶여있는 실험용 침팬지들. ‘분노’라는 불치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침팬지인 것을 모르고, 몰래 실험실에 잠입한 동물 권리 운동가들은 연구원의 경고도 무시한 채 침팬지를 풀어주다가 침팬지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28일 후… 한 병원에서 교통사고로 의식을 읽었던 짐(실리언 머피 분)이 깨어난다. 그러나 병원과 거리에는 아무도 없다. 많은 장소를 다녀봐도 아무도 없고, ‘종말이 왔다’, ‘대피하라’ 등의 경고성 문구들만 남아 있다. 거리를 헤매던 짐은 성당에서 쌓여있는 시체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눈이 피빛으로 물들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신부와 죽은 듯 쌓여있던 시체들 중 여러 명이 갑자기 일어나서 그를 공격하려 하는 모습에 무작정 도망친다.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짐을 도와주는 셀레나(나오미 해리스 분)과 마크(노아 헌틀러 분)를 만난다. 그들로부터 짐이 잠들어 있던 28일 동안 일어난 끔찍한 상황을 듣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대피조차 못하고 처참하게 죽어간 사실과 살아있는 감염자들은 감염되지 않은 인간을 공격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들은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것인가? 감독 대니 보일은 폐허가 된 삶 속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이유나 괴로움을 번화하기만 한 런던이 아닌 폐허가 되어버린 런던으로 표현한다. 처음에 짐이 병원에서 나와 헤맬 때 보이

영화 '25시(25th Hour, 2002)' 제한된 시간에 뭘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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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한된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얼마전에 봤던 25시... 흑인 문제를 비롯한 미국내의 여러 사회 문제들을 자신만의 스타일과 목소리로 풀어 놓는 스파이크 리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사람이란 자신 혼자서 존재할 수 없으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메세지를 전합니다. 또 다른 메세지가 담겨있을 수도 있지만.. 몬티(에드워드 노튼 분)는 마약 밀매를 하다가 누군가의 밀고로 감옥에 가게 됩니다. 감옥을 가기전 갖게되는 24시간. 그는 그의 주변인들을 만납니다. 그러면서 누군가 자신의 주변의 애인 혹은 부모나 친구 들 중에 누군가가 자신을 고발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죠. 그리고, 자신이 감옥에 가기전에 자신의 삶을 하나씩 되돌아보며 정리합니다. 되돌아 오지 못할 수도 있는 혹독한 감옥의 삶을 들으며, 지금 까지 자신의 삶에 포함되어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장면이 인상적이였습니다. 지금 내가 돌아올 수 없는 먼 여행을 떠난다면, 24시간 동안 누구를 만나며 누구와 이야기를 할것인지 생각하게 했습니다. 나로 인하여 즐겁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하는 주변사람들을 생각해 볼때, 떠나기전에 뭔가 정리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갑작스런 죽음이 아니고선 그렇게 하는 것이 함께 했던 사람들에 대한 예의 같기도 하고요. 시간이란 것에 참 민감해지게 되었습니다.

니콜키드만(Nicole Kidman) 주연 영화 '도그빌(Dogville, 2003)' 오만함 속에 있는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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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용서해주신 적이 있나요? 오늘은 영화 '도그빌(Dogville, 2003)'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불쌍하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8가구밖에 없는 도그빌 마을에 이방인 그레이스(니콜키드만 분)가 나타납니다. 총성이 들린 후 나타난 그녀를 처음 발견한 톰(폴 베타니 분)은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서 범죄자 같지만 매혹적인 그녀를 마을에 머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가난하기만 하고, 누군가를 도울 수 없었던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우쭐해 하며 그레이스를 마을에 머물게 합니다. 그레이스는 마을 사람들에게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심어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레이스를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마을 사람들은 갱들이 그레이스를 찾고, 현상금이 걸린 범죄자라는 현상 포스터가 마을에 걸리기 시작하면서, 그녀가 자신들보다 더 보잘 것 없는 사람이며 자신들이 아니면 살수 없다는 생각으로 그녀를 무시하고,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괴롭히면서도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은 결국 그녀가 도망가지도 못하게 개목걸이까지 채우고 혹사시킵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을 이해하려는 그레이스… 상대방의 잘못을 용서하기 위해선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게 되면, 저절로 이해하고 용서하게 되니까요. 그레이스도 그래서 그들을 이해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오만하기 때문에 용서하고 수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만함이 없이는 용서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래서 그랬는지 영화 속에선 자신의 오만함으로 참았던 것들이 오만함을 버리는 순간 드러나게 됩니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고발하거나, 자신을 학대하던 사람들을 제거하기에 이르는 잔혹한 모습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오만함이 있음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이상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

영화 '여우계단(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Whispering Corridors 3: Wishing Stairs, 2003)' 1등 보다 멋진 2등, 투르 드 프랑스le Tour de France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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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갔을 때 알아듣지도 못하는 불어로 된 방송을 며칠 동안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은 '프랑스 한바퀴 돌기(투르 드 프랑스)'라는 타이틀 정도의 프랑스도로일주사이클대회. 당시에 들었던 이름 중 기억나는 건 암스트롱이고, 사촌오빠가 얘기해준 것들 중에, 1년에 한번씩 열리는 경기고, 세계각지에서 선수들이 오고, 팀웍이 중요하고, 체력도 중요하다고한 기억이 나는군요. 선수들의 허벅지가 엄청 두꺼웠던 것도 기억나네요. 당시 누가 우승했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고. (오래돼서 그런가? ^^) 그런데, 얼마전 신문을 보다가 '프랑스 한바퀴 돌기'에서 암스트롱이 우승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익숙한 이름이기도 하고 해서 자세히 기사를 읽는데, '암스트롱이 선두로 가다가 관중의 가방에 핸들이 걸려 넘어졌으나, 라이벌인 울리히와 다른 선수들이 속도를 늦춰서 암스트롱이 우승할 수 있도록 했다'는 내용이였습니다. 이 대회의 상금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 명예가 어느 정도 되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몰려온 선수들이 우승을 놓고 벌이는 경기인 만큼 대단한 대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우승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작년 대회 때 울리히가 넘어졌을 때 암스트롱도 그가 일어나서 달릴 때 까지 속도를 늦춰줬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가슴 속에 뭔가 찡하게 울리더군요. 사람들이 이렇게 멋질 수가 있습니까… 아둥바둥 살아가는 삶 속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이야기는 삶을 되돌아 보게 했습니다.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아서 자신을 따라오는 다른 사람을 방해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는데, 다른 사람이 일어설 때까지 기다려주는 이런 이야기는 정말 잊어지지 않더군요. 이 이야기를 읽던 날 봤던 영화, '여우계단'. 예술고등학교에서 발레를 전공하는 단짝 친구 진성(송지효)과 소희(박한별). 진성은 발레의 천부적인 소

영화 '원더풀데이즈(Wonderful Days, 2003)' 내 생애 최고의 날 - ♬더더 '그대 날 잊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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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했던 날을 누군가 물어본다면, 언제라고 대답할까요? 그렇다면, 앞으로 최고의 날은 언제가 될까요? 얼마 전에 봤던 '원더풀데이즈(wonderful days, 2003)'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 생애 최고의 날은 언제인가?" 영화 얘기를 잠시 하죠. 에너지 전쟁 후 생존자들이 인공지능 도시 에코반을 건설합니다. 에코반은 오염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인간과 생명체에 필요한 환경을 스스로 만들며 성장하는 식물형 도시입니다. 전쟁으로 밀려드는 많은 난민들은 에코반에 다 수용되지 못하고, 미르라는 도시를 형성하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대기가 맑아지면서 에너지원이 줄어들게 된 에코반은 미르도시 전체를 폭파해 오염시켜 부족한 에너지를 충전하려고 합니다. 정말 어이 없는 결정이죠. 대기가 맑아진다는 것은 오염지역이 줄어드는 것이고, 과다하게 에너지를 모으지 않아도, 오염되지 않은 공간에서 난민들까지 모두 잘 살 수 있는 계기가 온 것인데 말입니다. 에코반의 지도자는 마르에 있는 사람들은 불필요한 존재며, 쓰레기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것을 잃지 않고도 함께 잘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제거하여 자신들과 같이 되는 것을 막으려고, 그런 결정을 하게 됩는 거죠. '가진 놈이 더하다'라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하여튼… '원더풀데이즈'의 주인공 수하와 제이는 어릴 적, 오염된 도시 에코반에서, 함께 푸른 하늘을 보고 그것을 잊지 못합니다. 오염된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하늘이며,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멋진 하늘을 본 것이기 때문이겠죠. 그날이 그들에게는 생애 최고의 원더풀데이였습니다. 그 뒤, 수하는 누명을 쓰고 버림받은 도시 마르로 떠나게 되고, 제이는 에코반에 남게 되죠. 수하가 죽은 줄 알지만 잊지 못하고 사는 제이와 푸른 하늘을 보여준다던 제이와의 약속을 지키려는 수하. 생애 최고의 날을 다시 만들어 누군

한국영화 '싱글즈(Singles, 2003)' 29살 최후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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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이 벌써 후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도 지나가는지. 올해 해놓은 일이 뭐가 있나 생각하게 되는군요. 음... 아쉬운 일이 있다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자주 봐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못보고 지냈다는 것이네요. 그런데.. 요즘은 만나는 사람들 마다 화제가 결혼, 남녀문제 등에 대한 것이더군요.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그 것에 관심이 많은 세대들이라서 그런가. 20대 후반이 지난 사람들에게 누구나 먼저 하는 질문들 중 하나가 '언제 결혼해?'라는 질문이죠? 혼자서 산다는 것은 일단 고려하지 않은 질문이지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의례적으로, 정중한 예우를 하듯 그런 질문을 하곤 합니다. 더 나아가 명절이 되어 일가 친척들이 모이는 경우나 누군가의 결혼식장에서, 바뀌지도 않는 이 형태의 질문은 결혼하기 전까지 계속 따라다니죠. 그래서 20대 후반부터 30대에 걸쳐 있는 모든 남녀 싱글들은 이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다양한 답변들을 갖고 있습니다. '혼자가 편하잖아', '일 때문에', '아직 느낌(일명 Feel)이 오는 사람이 없어(가장 위험한 발상!)', '결혼은 무덤을 파는 일이야', '난 자유가 좋아' 등등.. 이런 싱글들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 '싱글즈(7월 11일 개봉)'는 20대의 마지막에 있는 싱글들을 웃음과 경쾌한 시선으로 표현합니다. 남자를 밝히는 과감한 여자 동미(엄정화 분), 한 남자만 바라보는 순진파 나난(장진영), 그녀들과 어린시절부터 절친한 친구 정준(이범수 분),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첫눈에 반한 나난을 따라다니는 증권맨 수헌(김주혁 분). 예고편에서 너무 발칙(!)한 대사들이 난무해 영화에 대한 반감으로 접했었지만, 영화를 보는 중에 서서히 그런 말을 사용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너무도 친한 친구이며, 서로에게 솔직하게 모든 것을 말하는 사이라 가능한 대사들이기 때문이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