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보다 훌륭하다는 표현만으로 부족한 2등 왕기춘 선수

2001년 여름, 프랑스에 갔을 때 사촌오빠네 집에서 '프랑스 한바퀴 돌기(투르 드 프랑스)'라는 프랑스도로일주 사이클대회를 처음 봤었습니다. 이 경기는 1년에 한번씩 열리는 경기고, 세계각지에서 선수들이 오고, 팀웍이 중요하고, 체력도 중요한 경기라고. 사이클을 타는 선수들이라 허벅지가 엄청 두꺼웠던 것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 해에 누가 우승했는지는 기억은 나지 않는데 말이죠.^^:

그때 처음 알게 된 사람이 랜스 암스트롱입니다.
지난 2003년 7월, 무적스팸(http://blog.chosun.com/chanlan/642)에서도 썼지만,
'프랑스 한바퀴 돌기'에서 암스트롱이 우승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그때 기사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암스트롱이 선두로 가다가 관중의 가방에 핸들이 걸려 넘어졌으나, 라이벌인 울리히와 다른 선수들이 속도를 늦춰서 암스트롱이 우승할 수 있도록 했다'는 글.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이 경기는 유럽 전역에서 7월 3주간 열리는 이 경기를 전 구간 생중계는 물론이고 더나아가 열성팬들은 자전거나 자동차를 타고 선수들이 달리는 전 구간을 쫒아다닌다고 합니다. 이 경기는 전 세계 사이클 선수라면 대회에 참가하는 것만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우승하면 '사이클영웅'이라는 칭후가 주어지게 되는 세계 최고의 자전거 경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경기에서 앞서가던 선수를 배려하는 선수들이 있던 것입니다.

그리고 기사에서는 2002년 대회 때, 울리히가 넘어졌을 때 암스트롱도 그가 일어나서 달릴 때 까지 속도를 늦춰줬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상대가 실력이 아닌 다른 것으로 인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순간을 기다려주는 그런 멋진 스포츠정신이 느껴졌던 이야기였습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멋질 수가 있습니까…
스포츠를 즐기고, 자신을 자제해서 경쟁자도 당당하게 승부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배려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한참을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멋진 기억!
이 기억을 떠올르게 하는 그런 우리나라 선수가 있었습니다.
지난 16일 유도에서 은메달을 받은 왕기춘 선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경기후 기자회견에서 왕기춘은 "아키모토가 다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그 부위를 노리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왕기춘과 아키모토는 상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의 작은 몸짓에도 어디가 안좋은지 쉽게 알 수 있는 그런 선수사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걸음걸이를 보고 바로 발목이 안좋은 것을 쉽게 알수 있던 것입니다. 

그러나 왕기춘 선수는 상대의 약점만을 노리고 경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상대선수의 발목 부상을 피해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발목을 공격한다면 당연히 쉽게 이길 수 있는 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지 않고 자신의 실력과 경쟁자의 실력으로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아쉽게 왕기춘 선수는 야키모토 선수에게 지고 말았지만, 왕기춘 선수의 선택은 나무랄 수 없는 스포츠정신입니다.
다른 사람의 불행, 아니면 실수를 틈타서 자신의 것을 획득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과 정정당당하게 겨룰수 있는 상태까지 오길 기다려주는, 그리고 그 상태를 배려해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암스트롱과 울리히와 같은 일이 생기는 걸까요? (일본선수가 나중에 왕기춘 선수를 배려해준다면..ㅎ)

금메달을 따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그런 선택을 하고 경기했던 왕기춘 자신보다는 덜 아쉬울 것 같습니다.
정말 왕기춘 선수의 선택에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또한 일본 아키모토 선수는 "왕기춘이 이점을 가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고자 일부러 외면한 것은 대단하다. 존경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쟁자에게 존경을 받는 것으로 금메달을 대신하긴 어렵지만, 우리나라에게 금메달을 하나 더한 것보다 우리의 마음에 금다발을 던져준것 같은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만이 생각할 수 있는 경쟁자에 대한 배려.
자기 자신과의 싸움도 중요하지만, 곁에 자신을 자극할 수 있는 경쟁자를 지켜주는 것,
그 경쟁자를 정정당당하게 이겨보고자 하는 그런 의도에 큰 의미를 둬봅니다.

그날의 경기는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명승부였습니다.

ps. 어릴 때 부터 운동을 시켜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해, 혼자만 잘나서, 상대를 다치게 하고  세상은 살아가지는 것이 아니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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