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Obsluhoval Jsem Anglickeho Krale, I Served The King Of England, 2006)’, “내가 왕년에…”


우리는 종종 자신의 현재보다 과거가 더 잘 나가고 있다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내가 왕년에 한자리 했다”
“내가 왕년에 거느리던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내가 왕년에 많은 여자(남자)가 따르기도 했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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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현재의 자신에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이기도 하고, 다른 이들에게 자신을 좀더 잘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하는 말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씨네큐브를 찾아서 본 영화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는 그 뉘앙스가 딱 “내가 왕년에…”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씨네큐브에서만 개봉하는 예술영화로 2007년 베를린영화제에서  국제평론가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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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리 멘젤은 1938년 생으로 현재 나이가 약 70살인데, 과거 연극과 영화 연출, 각본가, 배우를 넘나들며 유럽에서 활동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의 완성된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내듯 영화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를 만들어냈다.

어리숙한 외모에 작은 키, 그래서 이름도 꼬마라는 뜻을 가진 주인공 청년 디떼는 극중 비즈니스계의 제왕 월튼의 도움으로 최상위급 부자들만이 묵는 호텔 웨이터가 된다. 디떼는 그들의 여유롭고 화려한 삶에 빠지면서 자신도 백만장자가 되고자 한다.

명석한 두뇌와 재치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디떼는 프라하 제일의 호텔까지 진출하게 되고 우연히 호텔을 찾았던 에티오피아 왕에게 훈장까지 받게 된다. 계속 되는 행운은 운명적으로 독일여인 리자를 만나게 하고, 그녀가 전쟁터에서 가져온 우표로 디떼는 꿈에 그리던 백만장자가 되어 자신이 일했던 호텔을 인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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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던 그의 행운은 끝나고,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재산을 압수하고 감옥으로 가게 되어 15년의 허무한 감옥살이를 하고 다시 노인이 되어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영화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는 주인공이 보고 있는 현실과 지나온 과거를 거울을 통해 통과시키며 과거와 현재의 대비를 여실히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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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떼의 화려했던 과거라면 극중 웨이터로 일하면서 여자들과 화려한 밤일(!)을 했던 경험에서부터 많은 돈을 모아서 호텔을 사기도 했던 일들이 있다. 그런데, 감옥살이를 하고 나와서는 시골의 도로 포장을 하면서 허름한 집에서 혼자 외로이 지낸다.

감독의 나이가 있어서 인지 영화를 보고나면 인생무상이고, 화려한 부도 크게 소용없어 보인다는 생각이들게 된다.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게 되고, 그 바뀐 것들은 또 다른 시간 속에서 가치를 잃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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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풍자하면서,
과거에 영국왕을 모셨으나 인사 한번 안했다는 이유로 끌려가는 독일군에게 끌려가는 지배인을 보면, 과거에 어떤 화려한 것들과 권력도 현재의 변화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상치 못한 감동과 화려한 미장센과 편집의묘미를 갖고 있는 영화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는 오랜만에 만나는 신선한 야채 같은 영화다. 이 영화는 5월 1일 개봉해 현재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단독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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