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츄리안 켄디데이트(The Manchurian Candidate, 2004)>'구질구질한' 날씨가 좋다구?


서울의 오늘은 아니 어제는 비가 올듯 말듯한 흐리고 비가 살짝 내렸다 말았다 하는 그런 날씨였습니다.
특이하게도(보통 이렇게 저에게 말하더군요.) 전 이런 날씨를 아주 좋아합니다.
이런 날은 뭔가 좋은 느낌이 들고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 말을 하면 이상한 눈빛으로 보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날씨에 얽힌 추억 하나 때문에 지금 몇십년(?)이 흘렀는데도 이 날씨를 아주 좋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질구질한" 날씨라고 말할 때에도 말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기억 하나에 이렇게 즐거워할 수도 있습니다.
추억... 혹은 기억...
기억이란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요?

가끔 꿈이 너무나 선명해서 그 꿈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 같을 때도, 혹은 현실이 너무 몽롱해서 꿈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느낌이 어쩌면 반대의 상황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맨츄이안 켄디데이트'를 보고서 말입니다.



걸프전의 한 전우가 마르코 소령에게 찾아와 전쟁에서 있었던 사실과 다른 어떤 꿈을 자꾸만 반복해서 꾼다고 말합니다. 정신치료를 받아보라고 그에게 말했지만 마르코 소령은 자신도 그런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대원들이 세뇌를 당했을 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갖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당시 부하였던 레이먼드 쇼가 부통령 후보에 오르는 것을 보며 그에게 찾아가 악몽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레이먼드 쇼는 당시 전쟁터에서 전우들을 구하고 영웅이 되어 정치계에 입문해 있는 사람입니다.
레이먼드는 마르코 소령의 이야기를 처음에는 부인하지만, 자신도 같은 악몽을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점점더 얽히기만 하는 일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자신의 삶이 조종당하고 있는 것이라면?"

인간은 자동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기억하기도 지우기도 합니다.
혹은 인위적인 치료로 지워지지 않는 아픈 과거의 기억을 지우거나 새로운 기억으로 변형시키기도 합니다.
우리의 '기억 조작'과 '마인드 컨트롤'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고, 사용되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장면들도 다 과학적으로 근거를 두고 만들었다고 합니다.)
저도 지금 생각나는 몇개의 기억들이 정말 겪었던 일들인지 아니면 조작된 기억들인지 판정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세계 최고의 과학적 기계는 자신의 기억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어긋나면 고통스러워하면서 수정하려고 하고, 행복을 주면 계속 기억하려고 하고...

그런데, 저에게 행복을 주었던 오늘과 같은 날씨는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기억과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낸 한 선배의 아픔이 충돌하는 기억이 공존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좋은 것만 기억하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램으로,
또 아프지만 그 것을 미래의 행복을 주는 밑거름의 과거로 기억하는...
스스로 자신의 기억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품어봅니다.

앞으로 모든 분들이
아픈 기억은 꿈처럼 얼른 깨버리고,
좋은 기억은 현실처럼 생생하게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배 아버님의 명복을 빌면서 글을 마칩니다.

ps. 두개의 기분이 교차하는 이런 날에 듣고 싶은 곡은 보이즈투맨의 'It's so hard to say good-bye yesterday'입니다.
여길 누르면 나올지도 모릅니다. http://blog.naver.com/kuyings/80007913373


중요한 추신...!!!
위에서 말씀드린 그 추억에 대한 이야기는 짧게 하겠습니다. (로베르또님의 충언에 힘입어.. ^^)
비오는 날의 추억은...
국민학교(제가 학교다닐때는 분명 국민학교였습니다.^^: )시절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던 길에, 비가 왔는데, 함께 가는 친구와 제가 둘다 우산이 없었습니다.
비가 많이 옴에도 불구하고 우린 집에 가기로 결정을 했죠. 집에 전화하거나 그러지 말고 그냥 가자고..
그리고선, 친구와 저는 "우리 손이 우산이다"라며, 상대방 머리가 비에 안맞게 해주면서 그러면서 걸어갔습니다.
어린애들이 손도 작았을 뿐아니라 비는 많이 오는데, 뛰지도 않고, 그러고 비를 맞고 갔습니다. 어른들이 그렇게 씌워주느니 그냥 뛰어가라고 말씀도 하시면서 지나가셨는데, 우린 마냥 재미있고, 즐거웠습니다. ^^;
그리고 비가 오면, 그 친구랑 그렇게 종종 다녔습니다.
집에가선 비 많이 맞았다구 혼나기도 했지만, 그 뒤로도 비오면 왜 우산이 있는데 비를 맞이 맞았냐고 종종 이상하단 얘기를 들으면서도 그러고 다녔습니다.
비만 오면 그래서 그 친구와 함께 다니던 생각이 나서... 좋은 기분이 드는 거랍니다.
다른 분들이 들으시면 별거 아닌 이야기라 살짝 뺀건데... 궁금하시다니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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