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정재영 주연 영화 '아는 여자(Someone Special, 2004)' 그를 저주하지 말기를…V.O.S의 ‘눈을 보고 말해요


“나는 다카시의 친절함을 저주하고 성실함을 저주하고
아름다움을 저주하고 특별함을 저주하고 약함과 강함을 저주했다.
그리고 다카시를 정말 사랑하는 나 자신의 약함과 강함을 그 백 배는 저주했다. “

위의 글은 에쿠니 가오리의 책 ‘울 준비는 되어 있다’에 나온 글입니다. 에쿠니가 썼던 ‘냉정과 열정사이’에서도 느꼈지만, 그녀는 사랑이든 이별이든 참 차갑게 서술하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별 앞에 서있는 많은 연인들. 그들을 통해 느끼는 것은

“통상 이별은 별거 아니다…
그러나 그 당사자에게는 별거다!” 하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그리고 “사랑도…”



누군가를 10년 동안 짝사랑해 온 ‘어떤 여자(이나영 분)’가 있습니다. 그 남자를 잠시라도 보기 위해 그가 가끔 들리는 바(Bar)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 남자가 집에 돌아가는 발걸음을 세면서 그와의 거리를 확인하고, 지나가다 그 남자의 집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귀 기울이는… 그 남자를 혼자서 너무 오래 좋아해서 왜 좋아하는지 까먹어(!) 버린 ‘어떤 여자’.

“사랑은 새벽 길을 함께 산책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로멘티스트며 잘 나가던 투수에서 별볼일 없는 외야수로 전락한 동치성(정재영 분). 그에게 애인은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를 합니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3개월 시한부 판정까지 받게 되어 세상 끝에 서게 되는 동치성이 바로 ‘어떤 여자’가 짝사랑하는 바로 그 남자입니다.

동치성은 애인과의 이별에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다’라는 선배의 충고를 듣고 더욱더 아파합니다. 자신에게는 시간이 3개월밖에 안남았기 때문이죠.

그런 동치성에게 ‘어떤 여자’ 한이연이 다가옵니다. 그 한이연은 동치성이 모른 채 지나친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게 10년 동안 그를 지켜봤다고… 그러면서 ‘어떤 여자’ 한이연은 이제 그에게 ‘아는 여자’로 바뀝니다.

우리가 만나고 스치는 수 많은 사람들.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사람’입니다. 그러다가 몇 번 더 만나면서 ‘아는 사람’으로 바뀌게 되고 그러다 서로 좋아하게 되고 소중한 사람이 되어가면서 ‘특별한 사람’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런데 때로는 동치성의 처음 애인처럼 ‘특별한 사람’이 이별을 선언하는 그 순간에 ‘어떤 사람’으로 전락해 버리는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안일어났으면 하고 바라는 맘이 간절한 일이긴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건 만큼 이별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서 동치성은 사랑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합니다.

“사랑이란?”

강도에게 묻고, 도둑에게 묻고…

‘아는 여자’가 가까이에서 그에게 사랑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보이지 않는 사랑을 찾아 다른 곳을 보고 헤매고 있었습니다. 심각하게 사랑을 받아들인 그는 진정 사랑을 해보지 못한 사람이였습니다.

동치성과 한이연은 함께 영화 관람을 가서 동치성의 옛애인을 만납니다. 옛애인은 동치성에게 묻습니다.

“누구야?”

“응, 아는 여자.”

한이연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자신을 그냥 ‘아는 여자’로 치부해 버림에 실망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그러면서 둘이 있을 때 물어봅니다.

“아는 여자가 몇 명이나 돼요?”

“거기가 처음이에요…”

한이연은 ‘아는 여자’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합니다. 그 남자에게 ‘아는 여자’의 의미는 자신이 생각했던 애인이란 의미보다 더 소중한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호승님의 시구 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정말 사랑하다가 죽어버리면 어떨까요? 사랑을 기다리는 것은 그렇게 기나긴 시간일까요?

‘아는 여자’는 사랑하다 죽어버릴 생각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사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저주할 틈도 없이 말이죠.

헤어짐으로 지나간 사랑을 저주하고 있을 시간에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아는 사람’이 되길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이 아직 찾아오지 않았거나 사랑을 잃어버리신 분들은 주변에 자신을 알아주길 기다리는 ‘어떤 사람’에 눈을 돌려보시는 건 어떨지요.

사랑을 시작하면서부터 이별을 기다린다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음악 V.O.S의 ‘눈을 보고 말해요’라는 곡입니다. 사랑을 기다리는 시간은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가는 것 같은데, 이별을 고하면 시간이 멈춰진 것 같은 이유는 뭔지 궁금해 집니다. 이별을 고한 상대방을 미워하면서도 그런 그를 사랑하는 자신을 더 미워하게 되는 이별의 아픔을 지닌 분들께 이 곡을 들려드립니다.


이별 뒤에 사랑했던 사람을 저주 않기를 바라면서… 또한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를 바라면서 이만 줄입니다.

드라마 ‘겨울연가’를 연상시키는 영화의 첫 화면이 다시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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