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재, 송승헌, 김하늘 주연 영화 '빙우(氷雨, Ice Rain, 2003)' 불륜이 아름다울 수 없는 건

“그가 말하는 그녀는 누군가를 닮았어..
내가 사랑하던 누군가를...”

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겨울에 서울엔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군요. 2001년 겨울인가는 정말 많은 눈이 내렸던 겨울이였는데... 올해는 눈이 안오는 겨울인가 봅니다.

그래서, 눈이 너무나 보고 싶어서 빙산이 배경인 영화 <빙우>를 보러 갔습니다.

전체적 줄거리 그러니까, 대학생 동아리에서 알게 된 유부남 선배 강중현(이성재)을 사랑하는 여대생 김경민(김하늘)과 그녀를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한우성(송승헌)의 사랑이야기로 이루어진다는 설정이 절대 맘에 들지 않는대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강중현과 한우성은 알래스카 아시아크의 등반을 위한 원정모임에서 만납니다. 등반을 하면서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던 그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랑하는 여인이 원하는 만큼 다가갈 수 없었던 강중현과 다가가려 하지만 그 여인이 다가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한우성. 그들은 서로를 더 부러워했을지 모릅니다. 강중현은 사랑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 한우성을, 한우성은 그녀의 사랑을 받는 강중현을…

영화 속에서는 어떤 ‘불륜’이라는 시각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사랑이 더 절절한 듯, 그들의 사랑표현에 대해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강중현이 손을 화로에 넣게 되고, 김경민이 자신의 루프를 끊게 되는 장면을 통해서 말입니다. (자세한 상황은 영화보실 분들을 위해 살짝 뺐습니다.) 전체적으로 평이한 영화에 반하는 장면들이기도 합니다.

3 사람의 사랑은 너무 객관적으로만 보입니다. 그들이 만나게 되는 것부터 사랑하게 되기까지 그리고 헤어지는 순간까지… 관객인 제가 감정을 이입시킬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더군요.

영화의 자막이 올라갈 때 생각나는 건 빙산뿐 이였습니다. 목적이야 정말 눈을 보러 간거였지만, 너무나 목적만 달성시킨 영화가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어쨌든, 영화는 그냥 평이한 어떤 불륜을 포함한 3각 관계정도 였습니다. 어쩌면 드라마보다도 더 평이한 내용인 듯했습니다.

그런데, 극장을 나와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섬뜩해졌습니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이렇게 평이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입니다.

특별한 이유없이 다가온 사랑과 떠나보내야만 하는 사랑.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하고 헤어지는 그러한 일들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수도 없이 많이 일어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지가 포함되지 않은 사랑 속에서 어쩌면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불륜이더라도 말입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대분분의 사람들은 속에서는 기분이 상하고, 우울하고, 슬프더라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쩌면 더 자신을 감추고 태연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지기도 합니다.

황대권씨가 쓴 ‘야생초 편지’라는 책에 보면, 默內雷(묵내뢰)라는 말이 나옵니다. ‘겉으론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속으론 우레와 같다.’는 뜻을 지닌 말.

아첨하기 위해 내부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있고, 그냥 자신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막기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묵내뢰의 의미는 자신의 내부의 복잡한 감정을 겉으로 들어내기에 앞서 상대방을 한번 더 고려해서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좀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의 경우가 아닐까 합니다.

얼마전 그러지 못한 일이 있어서 너무 미안한 마음에 자꾸만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우리의 감정은 언제나 다양하게 그리고 의지로 통제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 많은 감정들을 다 표현하고 산다면, 어쩌면 지금보다 더 많은 슬픈 일들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되었습니다. 상대방과 자신에게 그리고 제 3자에게 좋은 상황으로 이끄는 감정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표현하는 것이 아름다울 수도 있지만, 어쩌면 표현되지 않았을 때 더 아름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분이 신청하신 곡입니다. 지금 있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과거의 아픈 사랑을 잊으려는 몸부림. 노래도 ‘묵내뢰’ 인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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