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섯개의 시선(If You Were Me, 2003 )' 내 시선이 머무는 곳

저는 지하철을 타는 것보다 버스를 타는 것을 좋아합니다.

밀릴 것도 없이 정해진 시간에 오고(가끔은 아니지만…),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태울 수도 있는 실용적인 지하철을 두고, 정해진 시간도 없고,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대책도 없는 버스 타는 것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가만히 앉아서 다양한 창 밖의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출퇴근 시에 버스가 지나가는 길은 매일 반복되어 보여지는 길이지만, 한번도 같은 모습으로 보인 적은 없습니다. 엄마와 아기가 지나가기도 하고, 학생들이 재잘거리며 지나가기도 하고, 상점 안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는 점원들도 보이고, 교통사고로 싸우고 있는 사람들도 있기도 하고…

매일 지나다니기는 하지만, 버스 밖의 세상은 단 하루도 같은 모습은 존재하지 않아 매일매일 새로운 영화를 보는 듯,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버스 안이 아닌 도로에서 그런 매력을 발견했습니다.

건널목을 건너는데, 신호를 기다리던 차 한대가 ‘빵빵’거리는 터에 찻길 쪽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

중앙선에 서서 바라본 도로 풍경.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높은 건물을 뒷 배경으로, 반짝이는 자동차들만이 보여지는 곳.

평소에는 신호등이 켜지면, 건너가느라 옆을 볼 겨를조차 없던 저는 갑자기 다른 세상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늘도 그곳에서 신호등을 건너다가 중앙선에서 도로를 바라봤습니다. 뭔가 얻고 가는 느낌.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혼자서만 보물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그런 시선을 일깨워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이미 개봉을 해서 보신 분도 계실듯한, 6명의 감독이 옴니버스 식으로 만들어낸 인권에 대한 영화 <여섯개의 시선>.

실업계 고3 여학생들이 취업을 앞두고 외모로만 평가 받는 상황을 그린 ‘그녀의 무게(임순례감독)’, 성 범죄자의 신상공개 문제를 다룬 ‘그 남자의 사정(정재은감독)’, 뇌성마비 장애인에게 무심한 사회를 보여주는 ‘세상 밖으로(여균동감독)’, 아이의 영어발음 향상을 위해 혀를 절개하는 설소대 수술을 보여주는 ‘신비한 영어나라(박진표감독)’, 주차장의 여직원이 너무 예쁘다는 이유로 시비를 거는 남자를 보여주는 ‘얼굴값(박광수감독)’, 한국말을 못하는 네팔 여성 노동자가 정신병이 있는 한국인으로 오해 받아 병원에 수감되어야만 했던 ‘믿거나 말거나(박찬욱감독)’로 구성된 영화.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왜 그렇게 다른 시선으로 느껴졌던지… 웃어야 하는지, 울어야 하는 지 고민되게 하는 시선들…

우리는 우리가 어디에 서있느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시선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가끔은 자신이 서있는 곳을 바꿔볼 필요가 있는 것을 아는데도 말입니다.

때로는 도로 중앙에서 다른 세상을 발견하듯이, 영화를 통해 다른 삶을 체험하듯이…

매일 지나는 길에서 10m만 벗어나도 새로운 시선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세상을 알고 좀더 넓은 시선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버스를 타고 밖을 구경하는 것보다 신호등을 건너다가 중앙선에서 도로를 바라보는 일을 즐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좀 위험한 행동이라 걱정이지만요.)

커피한잔 생각나는 군요. 비록 마시는 못하더라도… ^^;

지금 내 시선이 머물고 있는 곳, 아니 머물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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